고객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내가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

고객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혁신을 이끄는 통찰: 고객의 요구를 넘어서는 것

Source : rethinkx

이 사진은 1900년과 1913년 미국 뉴욕 5번가에서 찍은 사진이다.

표면적으로 봤을때 별 차이가 없는 평범한 사진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왼쪽의 빨간 원은 첫번째 자동차의 등장이고, 오른쪽의 빨간 원은 마지막 마차다.

즉, 불과 10여 년 만에 왼쪽에 있던 모든 마차들이 오른쪽의 자동차로 모두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이끈 그리고 세계 최초로 자동차의 대량 양산에 성공한 헨리 포드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자동차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기에 그들의 상상력은 빠른 말을 넘어설 수 없었다.

포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교통수단을 제시함으로써 산업의 혁신을 이끌었다.

이것이 고객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첫 번째 교훈이다.


대중은 단 한번도 아이폰을 원한 적이 없다

2007년에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MacWorld Conference)에서 첫 번째 아이폰을 공개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주로 통화와 문자 메시지 기능을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인터넷 사용은 컴퓨터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휴대전화로는 그저 간단한 웹 검색만을 할 수 있던 수준이었다.

1. 멀티터치 인터페이스의 혁신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리적인 키패드가 없는 휴대전화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Source : ebay

2007년 아이폰과 같은 해에 출시한 소니의 '에릭슨 W880i'이다. 대부분은 이런 형태다.

그러나 아이폰의 멀티터치 스크린은 사용자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직접 다루며 확대·축소하거나, 스와이프(swipe)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Source : macworld

그전까지 사람들은 단순히 '더 나은 키패드'나 '더 편리한 버튼', '더 나은 배터리'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폰은 키패드를 완전히 없애고 더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를 제시해, 사람들이 터치 스크린이야 말로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두 사진의 휴대폰이 같은 해에 출시했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2. 스마트폰의 통합적 기능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MP3 플레이어,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인터넷 사용을 위해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위해 별도의 GPS 장치를 '따로 따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 각의 기계가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용량이 많으며 그저 더 작은 것을 원했을 뿐,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기기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3. 앱 스토어와 생태계 구축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2008년에 등장한 앱 스토어는 스마트폰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잡스가 처음으로 앱 스토어의 개념을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설치해 사용한다는 개념을 낯설게 여겼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떤 앱이 필요할지조차 몰랐지만, 이후 다양한 앱들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기능이 필요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잡스와 애플은 앱 스토어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경험과 기능을 제공하며, 앱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고객의 행동데이터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만든 오일나우

주유소와 충전소 찾기 및 차량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오일나우 팀은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는 명제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서비스의 '리텐션' 개선을 위해 약 6일간 5,600여 명의 고객들로 부터 '오일나우에서 가장 보고 싶은 기능'에 대해 의견을 받았다.

그 결과 14가지 중 가장 원하는 기능으로 '주유소별 가격 변동 그래프'가 뽑혔다.

Source : 오일나우 Medium 블로그

A 기능

오일나우 팀은 고객 설문에서 가장 많은 요청을 받은 '주유소별 가격 변동 그래프'를 개발했다. 고객은 최신의 주유소 가격뿐만 아니라 과거의 가격 변동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Source : 오일나우 Medium 블로그

B 기능

그리고 설문으로 받은 것 외에 내부에서 팀이 발견한 한 가지 가설을 동시에 넣기로 한다.

사용자가 자주 주유하는 양(예: 5만 원, 40L)으로 주유소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1L 단위로 주유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어딜 가든 주유 가격이 '1L당 얼마' 인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고객이 실제로 1L 단위로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문제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결과

  • A 기능: 주유소 탐색 빈도가 18.8% 증가, Week 1 리텐션이 9.5% 증가.
  • B 기능: 주유소 탐색 빈도가 34% 증가, Week 1 리텐션이 22.5% 증가.

결과적으로 B 기능, 즉 고객이 언급하지 않았던 기능이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나는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다

man holding 1 US dollar banknote
Photo by lucas Favre / Unsplash

현장에서 고객이 실제로 돈을 지불하기 전까지는, 설문조사로 파악한 문제나 고객의 의견이 진정한 니즈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고객이 돈을 내는가'다.

실무진이나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 하는 것 중 하나가, 설문조사를 통해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혹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기 위해 뒷받침 자료로 쓴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필요없는 자료다.

내가 예전에 겪었던 실수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생때 창업, 사업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를때 만들었던 서비스 중 하나인 '라이피'가 있었다.

너무 부끄럽지만 좋은 스터디 케이스가 되길 바라며 적어본다.

라이피는 크리에이터와 팬이 1:1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즘은 팬과 연예인이 소통하는 앱이라던지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나 그것들이 있기 전에 진행했던 서비스다.)

내가 좋아하는 전문가(크리에이터)와 고객(팬)이 서로 대화를 하며 노하우를 전수 받거나 궁금증을 해결하는 서비스였다. 또한 대화뿐만 아니라 VOD까지 확장 할 계획이 있었다.

크리에이터는 부수입을 챙겨서 좋고 팬은 궁금한 것도 해결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했던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오타가 있으나 이름이 '언에어'에서 '라이피'로 바뀌었다.)

설문조사 결과, 잠재 고객들은 서비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이 외에도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또한 다양한 잠재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최소기능으로 서비스를 런칭했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설문조사와 다르게 말이다.

크리에이터의 관점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모으기 위해 많은 설득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구독자가 몇 백에서 몇 천 명 정도인 크리에이터조차도 매일 여러 제안 메일을 받을 만큼 바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에서 크리에이터들이 공급자로 참여했을 때,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낮았다. 광고 한 번 하는 것이 시간 대비 더 큰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우리 서비스는 공급자인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수의 팬과 인게이지먼트를 증대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광고 한 번으로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의 수입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으며, 팬들과의 소통도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활발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소규모 크리에이터들은 팬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해 고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팬의 관점

팬들은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가입자 수가 저조했고, 예상했던 구매 전환율도 매우 낮았다. 팬들은 더 저렴한 가격을 원했으며, 전문적인 정보는 꼭 그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경로로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소통 역시 비슷했다. 상위 일부 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팬들은 크리에이터와의 직접적인 소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장기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모델도 구축되지 않았다.

(물론, 회고를 해보았을때 서비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이 주제에만 집중하겠다.)

그렇게 20대 중반에 시작한 첫 서비스는 막을 내렸다.

이것은 잠재 고객 설문조사 에 뽕이 차 완벽하게 서비스가 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다.

설문조사에서 고객은 제품이나 기능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지만,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판단을 내리기 마련이다.

고객이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응답을 할 때와, 실제로 자신의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결정을 내릴 때는 차이가 발생한다.

설문조사는 잠재적인 니즈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제 구매 의사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인이 된 후, 무조건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조사 하지 말고 빠르게 실행하자

man on running field
Photo by Braden Collum / Unsplash

만약 스티브 잡스가 '고객 설문 조사'에 의존하거나,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면 아이폰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객의 의견을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 스스로도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심지어 설문지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며, 첫 화상 미팅이나 첫 대면 인터뷰를 통해서도 고객들이 진솔한 '찐'의견을 내놓기 어렵다.

초기 비즈니스에서는 시장 조사나 경쟁사 분석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아닌 이상, 시장 조사는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빠르고 작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설문조사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실제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솔루션을 찾는 것이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이다.

스몰 비즈니스,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더.

지금 당장 설문조사는 책상 속에 넣어두고, 직접 발로 뛰며 고객의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자.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야말로 더 큰 성장을 이루는 길이며, 성공으로 가는 왕도(王道)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