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상사를 티비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모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TV에 아는 사람이 나왔다. 아주 유명한 사람과 함께
나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지금 살고있는 집에는 티비가 없지만 예전 본가에 머물때는 티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날 따라 이상하게 TV가 보고싶었다. 뭐에 씌인 것 마냥. (19년 인지 20년 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프로그램은 바로
전국민이 다 아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었다.
나는 요식업에 관심이 있지도 않다. 그날 유난히 힘들어서 뇌를 빼고 쉬고싶었을뿐. 그래서 부모님이 보고계신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옆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곧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아는 얼굴의 사람이 나온것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비슷한 사람이겠지'라며 눈을 비비거나 잘못 봤다고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얼굴과 매칭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기때문이다.
'아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상사네......??????????????????????????????????'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아는 사람이 티비에 나와서 기분이 이상한게 아니었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고 화도 잘내고 불같고 목소리도 큰 사람이 백종원 대표 앞에서 혼나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
감히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상식 밖의 이상한 행동도 했다.
요식업에 종사하면 절대 하지 말아야할 행동들이나 요식업을 할때 필요한 기본 상식들 말이다.
백종원 대표가 어이없어 하는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렇게 일 잘하고 칭찬받던 사람이 정말 하나하나 뚝딱이는 모습이 놀라웠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모든 것을 다 막힘없이 해낼 줄 알았던 사람이 말이다.
그렇게 오묘한 감정으로 그 편을 다 보게 되었다.
우리는 입체적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게 있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어디에 있냐에 따라 '능력치도 달라지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도 '대우와 평가'가 달라진다.
같은 행동을 해도 말이다.
과거 군생활 당시 겨울에 행군을 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완전군장을 하고 말이다.
철모, 병기, 방독면, 방탄조끼, 군장, 수통 그리고 박격포 병이기 때문에 박격포 까지 약 30-40kg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정말 왜소하고 말랐다.
참으로.. 가녀린 몸으로 저런 무게를 짊어지고 행군을 하자니 기절할정도로 힘들었다. 부끄럽게도 마지막 날에는 행군에서도 뒤쳐졌다.
하지만 절대로 누군가에게 짐을 덜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경을 해메면서 혼자 욕을 하면서 버텨갔다. 어떤 욕을 했는지 기억은 안난다. 거의 블랙아웃상태라 기억이 안나기 때문이다. 다만 '욕 + 어떤 무언가 횡설수설'을 섞어가며 극한의 환경에서 멘탈을 잡기 위해서 이런 저런 행동을 했다.
그런데 정신이 딱 들었던,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친하지는 않지만 정말 착하고 말 주변도 없고 순한 선임 한명이 있었는데 나에게 '야 하지마 그럴꺼면 하지마 뭔 욕을 그렇게 하면서 행군을 하고있어' 라고 말했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영하 15도의 날씨 그리고 30-40kg을 짊어지고 며칠을 행군 하는 그 때의 나는 이렇게 혼잣말로라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정신이 나가 다리가 풀리고 그대로 주저 앉을 것 같았다. 남에게 짐을 주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게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그 날의 기억을 품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유튜브에서 한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바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유명한 가짜사나이다.
물론 아직도 볼 수 있다. (1화 : https://youtu.be/D4SkEKhq-Y0?si=cPKh1z-P1NPIOMIa)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일반인, 연예인, 유튜버 등이 실제 특수부대(UDT) 수준의 훈련을 체험하며 신체적·정신적 한계에 도전하는 콘텐츠다.
옛날 군대에 있던 일도 생각나고, 무엇보다 TV나 유튜브를 별로 보지 않는 사람으로써 이런 콘텐츠가 희귀했고 재밌었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보다가 3화에서 아주 이상한 것을 경험했다.
3화에서는 참가자들의 극한을 끌어올리기 위해 끝없는 달리기를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다른 사람들은 낙오했으나 베이식(Basick)이라는 래퍼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혼자 끝까지 계속 달린다.
나중에는 너무 오랜 시간 뛰어서 걷지도 못할만큼 사경을 헤메는 상황까지 온다. 이 때 기온이 33도 이상이었다.
이 이후에도 끝까지 퇴교안하려고 혼자 한 여름 땡볕에서 1시간동안 죽어라 뛴다. 사경을 헤메면서도. (이 달리기 세션 전에 이미 아침부터 여러 훈련들을 몇 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한 상태다)
그리고 중간 중간 교관들의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3화 32분 25초경에 '2번 교육생(베이식)은 어떤 교육생이 었나요?' 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에이전트H 교관이 이런말을 한다.
이 것을 보고 과거 나의 상황과 오버랩되었다.
내가 끝까지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완수하려는 목적으로 사경을 헤메면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욕하면서 끝까지 걸었던 모습과 베이식이 한여름 땡볕에서 혼자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 사경을 헤메면서 구보하는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행군도 힘들다고 느려지면 나머지가 피해를 받는다. 저 훈련도 힘들다고 내빼거나, 행동이 느려지면 동기생들이 고통을 받아 피해를 보는 구조다.
그런데 나의 선임은 나에게 윽박을 질렀고, 에이전트 H는 베이식에게 아주 멋있었고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여럿 사건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즉, 같은 상황이어도 사람에 따라 평판이 달라진다.
판을 바꾸자
골목식당의 나의 상사를 다시 보자. 회사에서는 당당하고 에이스로 불리지만 백종원 대표에게 기도 못펴고 가루가 되도록 혼난다.
이번엔 같은 사람인데 상황에 따라 평판이 달라진다.
우리는 같은 '나'라도 환경과 상황, 그리고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평판과 능력치가 달라진다.
만약 지금 당신이 회사나 조직에서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남탓 하라는 말이 아니다. 비겁한 겁쟁이 루저 처럼 남탓 하지말자.
먼저 ‘최선을 다했는가?’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그럼에도 삐걱댄다면, 당신은 잘못된 환경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삐그덕 거린다면 당신이 잘못의 아니다. 맞는 환경을 만나지 못했을 뿐.
나역시 그랬다.
나는 권한은 없는데 규율이 엄격하고 정해진 메뉴얼이 있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 조직에서는 성과를 못냈다. 바보가 됐다.
하지만 큰 책임을 짊어져도 창의적이고 정답이 없는 조직에서는 성과가 잘 났다. 일하는게 행복했다.
이길수 있는 환경에서 싸운다
손자병법 4편(篇) 군형(軍形)에 이런 말이 있다.
勝兵先勝而後求戰,敗兵先戰而後求勝。
(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
이기는 군대는 싸우기 전에 이미 승리할 준비를 끝낸다. 패배하는 군대는 준비 없이 싸움에 나서고, 이후에야 승리 조건을 찾으려 한다.
손자는 환경과 조건을 보고 전략적 우위를 확보한 후, 싸움을 선택적으로 접근했다.
그냥 군사 숫자로 들이박는게 아니라.
일례로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나 직책을 맡기 전에 반드시 팀의 역량과 가용자원 그리고 권한이 충분히 있는 포지션인지 확인한다.
이게 받쳐지지 않으면 응하지 않는다.
아무리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6개월 뒤에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불리한 환경에서는 단순히 열심히 노력하기보다, 환경 자체를 유리하게 조성하여 싸우는 것이 백번 낫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도 바보된다.
내가 그곳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계속 무언가 풀리지 않는다면 고통받지 말고 나와서 나와 맞는 판에서 싸우자.
인생은 길다. 나와 맞는 환경이 있다.
멀리 보자.